형사 성공사례


위험한 물건을 이용한 특수재물손괴죄 – 벌금형의 집행유예 판결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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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관계>

의뢰인은 자신이 공사한 현장에서 공사비를 받지 못하여 공사현장을 점유하면서 자신이 사용하던 컨테이너를 가져다 놓았습니다.

그런데 상대방은 공사비도 주지 않은 채, 해당 컨테이너에 자물쇠를 채워두었고, 이에 의뢰인은 망치를 이용해 상대방이 채워 둔 자물쇠를 파손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사실관계로 상대방은 의뢰인을 고소를 하였고, 수사기관에서는 특수재물손괴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여 법원에 기소를 하였습니다.


<변론 및 과정>

상대방은 공사와 관련한 계약을 피고인측의 여러 거래처들과 이중으로 계약을 하였고, 당시 의뢰인(피고인)은 손해를 덜 보기 위해 해당 거래처로부터 이 사건 현장에 설치한 컨테이너에 관한 사용 권한을 분명히 위임 받았고, 그 사용을 위해 피고인이 컨테이너에 자물쇠를 설치해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은 이를 파손한 후, 상대방 본인이 구입한 자물쇠를 그 곳에 설치하였고, 피고인이 이 사건 재물손괴행위 당시에 상대방에게 연락하여 이를 철거해 달라고 요청하려 했으나, 상대방이 고의로 연락을 받지 않았고, 이에 피고인의 입장으로서는 상대방을 상대로 민사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최소 수 개월의 시간이 소요 될 수 밖에 없고, 그렇게 된다면, 피고인이 손해는 막심하게 될 급박한 위험에 처하다 보니 결국 어쩔 수 없이 상대방의 자물쇠를 파손하게 되었다고 주장을 하였습니다.

 

결국에는 피고인의 자물쇠 파손 행위에 대하여는 형법 제22조의 긴급피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라고 변론하였습니다.


<결과>

법원에서는 범죄 자체는 인정하여 유죄를 선고하였으나, 위와 같은 구체적인 상황들에 비추어 충분히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하여, 매우 이례적으로 벌금형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하였습니다.

 

무죄를 받지 못한 것은 아쉬우나, 벌금형에 대한 집행유예가 나온 점에 비추어 법원에서도 아주 명백하게 죄가 된다고 쉽게 보기는 힘든 것으로 판단한 것입니다.

 

<벌금형의 집행유예에 대한 박성구 서울고등법원 춘천재판부 판사가 작성한 ‘법정에서 만난 세상’ 벌금형 집행유예>

 

아래 글을 재미로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벌금형 집행유예 

 

박성구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판사

 

“판사님, 제발 좀 깎아주세요.” 필자가 과거 형사재판을 할 때 약식명령(벌금, 과료에 처하는 간이재판으로 7일 이내에 정식재판 청구를 하지 않으면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다)으로 벌금을 받은 피고인들로부터 늘 듣던 말이다. 통상 “먹고 살기 너무 힘들어요”, “차라리 집행유예를 해 주세요”라는 말이 이어진다. 엄숙한 법정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아 쓴웃음이 나기도 했지만 얼마나 사정이 어려우면 저렇게까지 할까 싶기도 해서 안타까움도 적지 않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벌금의 감액 여부는 정식재판 담당 판사가 결정할 일이지만, 집행유예는 절대 불가능하다. 약식명령에 대한 정식재판을 청구한 경우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이 적용되어 벌금형보다 더 중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기 때문이다. 통상 벌금형보다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더 가벼운 처벌이라고 생각하기 쉽고, 실제로도 재판과정에서 벌금형보다 집행유예를 희망한다고 진술하는 피고인이 많다. 자력이 없는 나머지 돈이 나가거나 이를 납부하지 못하여 노역장 유치를 당하느니 당장 불이익이 없는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나아 보여서일 것으로 추측되지만 집행유예 기간 중 다시 범죄를 저지른 경우 유예되었던 형까지 가중된 처벌을 받게 되고, 집행유예 기간이 경과한 후에도 집행유예 전과가 양형상 불리하게 작용되어 실형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엄연히 더 중한 형벌이다.

 

이러한 문제는 벌금형에 대한 집행유예가 불가능하여 발생한 것인데, 형사절차에서 경제적 약자를 배려하자는 취지의 형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2015년 12월9일 국회를 통과함으로써 상황이 바뀌었다. 형법 개정으로 이제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대하여 집행을 유예할 수 있게 되었다. 이론적으로 징역형보다 더 가벼운 벌금형에 집행유예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비논리적이라는 이유에서이기도 하지만 벌금 미납으로 노역장 유치되는 인원이 매년 4만명이 넘는 현실을 외면하기 어려웠기 때문일 것이다.

 

약식명령에 대한 정식재판 청구 사건에서 또 자주 듣는 말이 “잘못은 했으니 벌금이야 내겠지만, 당장은 어렵고 좀 미뤄 주거나 나누어 내게 해 달라”는 말이다. 형의 집행을 담당하는 곳이 법원이 아니기에 이러한 피고인에 대해서는 검찰에서 알아보시라고 안내하였다. 현재까지는 검찰 내부 규칙으로 피고인에게 경제적 어려움이 인정될 때 검사의 허가 하에 6개월의 범위 내에서 분할납부 또는 연기를 받을 수 있고 3개월의 범위에서 2회에 한하여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었다. 앞서 말한 법률 개정으로 분할납부나 납부연기제도가 형사소송법에 규정되기 이르렀다. 구체적인 것은 법무부령으로 정하도록 하여 아직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기존보다는 폭넓게 인정되지 않을까 예상한다.

 

형사소송법 개정 내용 중 특이할 만한 점은 납부대행기관을 통한 납부 즉, 신용카드를 통한 벌금 납부가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신용카드가 일반적인 결제수단으로 보편화되어 있음에도 신용카드로 벌금을 납부할 수 없었던 불편을 해소하고, 이를 통하여 납부의무자의 부담을 다소라도 완화하고자 하기 위함이다. 필자도 형사재판을 하면서 경미한 범죄나 과실범죄를 범한 피고인 중 경제적 자력이 부족한 피고인에게 벌금형을 선고할 때마다 안타까움이 많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제적 약자를 배려한 위와 같은 법률 개정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위 개정 법률은 2년 후인 2018년 1월7일부터 시행되니 이를 꼭 유의하여야 할 것이다.